• 최종편집 2025-11-06(목)
 
  • 보호소 봉사활동을 통해 마주한 유기견들의 삶

매년 수많은 반려동물이 유기되고 있다. 그중 다수는 구조된 이후에도 평생을 보호소에서 보내거나 안락사 위기에 처한다.

 

평소 동물을 좋아하고 반려동물 분야를 공부하는 대학생인 나는, 유기동물들이 처한 현실을 직접 마주하고 싶어 지난 2월 부산 강서구에 위치한 부산동물보호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시간이 꽤 지났지만, 이들이 겪는 어려움과 그들을 위한 작은 손길의 소중함은 여전히 변함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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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에 위치한 부산동물보호센터 (사진=박지윤 대학생 기자)


보호소에 들어서자 작지만 소중한 생명들이 조용히 철장 안에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빛에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담겨 있었다.

 

보호소에서 내가 맡은 일은 강아지들에게 사료와 물을 주고, 생활 공간의 바닥을 청소하는 일이었다. 단순해 보이지만 그 과정에서 나는 정말 다양한 아이들을 마주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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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철장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유기견들 (사진=박지윤 대학생 기자)

 

어떤 아이는 내가 다가가자 얌전히 앉아 조용히 기다렸고, 어떤 아이는 손을 뻗는 것만으로도 온몸을 떨며 뒷걸음질을 쳤다. 또 어떤 아이는 낯선 기색을 느끼고 사납게 짖어대며 눈빛 하나로 경계를 드러냈다. 그 작은 철장 안에는 각기 다른 사연과 성격을 가진 생명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사료와 물을 하나하나 채워주며 아이들의 눈을 마주칠 때마다, ‘이 아이들이 좁은 철장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건 얼마나 힘들고 슬플까’, ‘밖에서 마음껏 뛰놀고 싶을 텐데’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에게 사료를 줄 때마다 조용히 한마디씩 건넸다. “꼭 좋은 주인 만나서, 행복하게 지내야 해.”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만 있다면, 이 아이들도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존재라는걸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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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길을 기다리는 아기 강아지의 순수한 눈빛 (사진=박지윤 대학생 기자)

 

봉사활동을 마친 뒤에는 한 마리의 아기 강아지와 교감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낯선 사람이었음에도 꼬리를 흔들며 반갑게 달려오는 그 아이를 보며, 꼭 좋은 주인을 만나 행복하게 지내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생명이 주는 따뜻함은 말이 아닌 행동과 눈빛으로도 충분히 전해질 수 있다는 것을, 그 작은 강아지가 나에게 가르쳐주었다. 그날의 그 짧은 교감은 내 마음 한켠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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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강아지와 교감하는 모습 (사진=박지윤 대학생 기자)


봉사를 하기 전에는 ‘내가 도와주러 간다’는 생각이 강했다. 하지만 막상 현장에서 만난 강아지들은 나에게 ‘함께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말없이 다가와 주는 그 따뜻함은, 우리가 동물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다시금 느끼게 했다. 작은 손길 하나에도 눈빛으로 화답하는 그 아이들의 진심은, 책에서 배운 이론보다 더 강하게 마음에 남았다.

 

보호소에서 마주한 아이들은 ‘불쌍한 존재’가 아니었다. 그들은 사랑을 주고받을 준비가 되어 있었고, 단지 누군가가 다가와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도 어딘가에는 새로운 가족을 기다리는 유기동물들이 있다. 몇 시간의 봉사로 누군가의 하루를 밝혀줄 수 있다는 것, 이 소중한 경험이 누군가의 마음에도 따뜻하게 닿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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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공간에서 서로에게 기대 잠든 아기 강아지들 (사진=박지윤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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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이 전해진 진심, 유기견 보호소에서 배운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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