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는 최근 많은 관심을 받으며 다양한 정책의 주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곁에 함께 하고 있음에도 온전히 드러나지 않았던 길고양이는 한때 동네의 골칫덩어리, 무서운 저주의 상징, 살처분의 대상 등의 취급을 받으며 인간사회 밖으로 내몰릴 처지에 놓이기도 했다. 여전히 학대 등의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이만큼의 전진은 여러 케어테이커와 동물운동가의 헌신과 노력 덕분이었다.
길고양이가 아직 큰 관심을 받지 못하던 시절, 고경원 대표는 1세대 고양이 작가로서 길고양이 모습과 생태를 많은 이들에게 소개했다. 그의 글과 사진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고양이에 대한 오해를 없애는 데 큰 공헌을 한 바 있다. 고 대표는 현재 고양이전문 출판사 ‘야옹서가’를 창립해 다양한 고양이 서적을 기획·출판하며 고양이에 대한 인식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고경원 대표의 길고양이 사랑은 어떻게 시작됐을까? 그의 이야기를 들고자 한국고양이신문은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야옹서가를 찾았다.
Q. 독자님들께 인사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19년차 고양이 전문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고경원입니다. 2017년 고양이 전문 출판사 야옹서가를 창립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Q. 고양이에 대한 관심은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요?
원래부터 동물을 좋아했어요. 당시 집에서 반려동물을 키울 수 없는 상황이라 사진만이라도 간직하고 싶어서 길에서 만나는 고양이를 찍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블로그에도 고양이에 대한 글과 사진을 차곡차곡 올리기 시작했고요. 작업은 2002년 7월에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이전까지는 그냥 산발적으로 고양이 사진을 찍었는데요. 이때부터는 한 지역의 고양이를 장기적으로 찍기 시작했어요. 우연히 한 새끼 길고양이를 만나서 그 지역의 고양이 영역을 찾아가게 됐는데 그 고양이 사회를 관찰하다보니 다양한 희로애락이 있더라고요.
그렇게 4년 반 정도 찍은 사진을 정리해서 2007년 1월에 첫 책 ‘나는 길고양이에 탐닉한다’를 냈습니다. 이 책을 시작으로 ‘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 ‘둘이면서 하나인’ 등의 개인 책이 출간됐죠.
Q. 지금은 반려묘가 있으신가요? 있다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본가에 첫째 고양이 ‘스밀라’와 저희 집에 둘째 고양이 ‘하리’가 있어요. 스밀라는 성남 한 아파트에 유기됐다가 구조된 아이에요. 갈 곳이 없어 저희 집에서 며칠간 임보(임시보호)를 했는데 그러다 정이 들어 같이 살게 됐습니다. 하리도 임보를 통해 가족이 됐어요. 성남의 민간 구조 모임 ‘세이브캣’에서 임보처가 필요하다는 소식을 듣고 하리를 임보하게 됐는데요. 하리를 보호하다 보니 또 정이 들어서(웃음) 입양하게 됐죠. 임보를 함부로 하면 안되는 게, 정이 들면 보낼 수가 없게 되더라고요.(웃음)
Q. 야옹서가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을까요?
제 개인 책과는 별도로 다른 작가 분들의 책을 기획해서 많은 사례를 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개인 책 쓰는 것을 조금 보류하고 출판사를 차렸습니다. 야옹서가는 2017년 7월에 시작했어요. 이번에 나오는 ‘밤을 달리는 고양이’까지 해서 야옹서가는 지금까지 총 12권의 책을 냈습니다.
Q. 야옹서가를 준비하고 운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첫 책 ‘히끄네 집’을 출간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당시는 모든 게 불안하고 알 수 없는 때였습니다. 이 책을 만들어서 얼마나 팔릴 것이며 다음 책을 낼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죠. 그런데 첫 책이 독자들에게 굉장히 큰 사랑을 받아서 기뻤습니다. 처음 인터넷 교보문고에 판매링크가 먼저 오픈되면서 3일간 1,000부 가까이 주문을 올렸어요. 다른 서점에서도 문의가 계속 들어오고요. 그렇게 한 달 만에 5쇄 15,000부를 찍었어요. 작은 출판사로서는 엄청난 반응이었죠. 저도, 독자도, 서점도 다 놀랐었어요.(웃음) 히끄네 집만큼 잘 팔린 책이 아직 없습니다. 길게 보고 가려고 해요.
Q. 야옹서가를 운영하시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요?
필요하다고 만든 책이 독자 분들의 반응을 못 얻을 때가 제일 힘들죠.(웃음) 어느 정도 각오하고 만든 좁은 주제의 책들이 있어요. 고민은 되지만 우리 출판사가 아니면 어디서 내지 라는 생각으로 내거든요. 물론 좋아하는 소수의 분들,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계셔 감사한데 역시 예상대로 반응이 좋지 않다보니 시장이 좁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특히 지금은 코로나19 팬데믹이 확산되면서 시장이 움츠러든 상태입니다. 코로나19 이후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으니 책을 많이 보지 않겠냐는 분들이 계신데 시간이 늘어난 것과 책과 같은 문화에 소비할 여유가 있느냐는 다른 문제에요. 삶이 팍팍하니 문화비용부터 줄이기 시작하거든요.
Q. 독자님들께 추천하시고픈 야옹서가의 책이 있을까요?
야옹서가의 첫 책인 ‘히끄네 집’이요. 출판사의 첫 번째 책은 그 출판사의 정체성을 반영한다고 생각해요. 저희 출판사에서는 어떤 책을 첫 번째 책으로 낼 것인가 굉장히 많은 공을 들이면서 고민했었거든요. 저희는 ‘성묘입양’에 대해서 독자님들에게 전달해드리려고 했어요. 보통 고양이를 입양 보낼 때 그나마 작고 어린 아이들이 쉽게 되는 편이에요. 아기 때는 다 귀엽잖아요. 반면에 성묘들은 입양의 폭이 굉장히 작죠. 이미 다 커서 보호자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도 상대적으로 적고, 아프거나 어딘가 안 좋을까봐 걱정들을 하시니까요. 그래서 성묘는 입양이 쉽지 않아요. 성묘 입양을 성공적으로 하고 가족이 돼서 행복하게 살고 있는 사례를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바로 그게 히끄네 집이었고요. 이 책을 준비하면서 제일 좋았던 부분은 동물운동가가 철저한 신념을 가지고 엄청난 지식 아래 시작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어요. ‘고알못(고양이를 잘 알지 못함)’이었고 자기 입지도 부족했던 저자가 고민 끝에 고양이를 입양하게 되고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반려인으로 성장해 가는 부분이 독자님들에게 친근감과 공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처음 고양이를 입양하는 분이 계시다면 적극 추천하고 싶어요.
Q. 야옹서가의 책들은 독자들로 하여금 고양이와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대표님이 보시기에 고양이와 공존하는 것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저는 크게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 싫어하는 사람, 관심 없는 사람 등으로 고양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나눌 수 있다고 봐요. 이때 싫어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강요일 수 있고요. 그런 사람들의 생각을 억지로 바꿀 수는 없지만 싫어하는 사람이 느끼는 불편을 좋아하는 사람이 해소시켜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양이가 무섭든 알레르기가 있든 싫어하는 사람들은 각자의 이유가 있으니 고양이를 좋아하는 분들이 이분들을 너무 폄하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무관심한 사람에게는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도록 고양이의 긍정적인 모습을 자주 보여드리면 좋겠어요. 무관심한 분들의 마음을 움직일 계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계속 마련해줘야 하는 거 같아요.
Q. 대표님은 한국 고양이의 날을 창시하신 것으로 유명하신데요. 어떻게 고양이의 날을 창시하게 되셨나요?
지난 2008년 거문도에 700여 마리의 길고양이들이 어민들의 물고기를 훔쳐먹고 보호종을 잡아먹어 문제가 되니 살처분해야 된다는 기사가 났었어요. 이 소식을 듣고 저는 거문도에 가서 직접 길고양이의 실태를 확인했습니다. 그 섬에 고양이가 꽤 있긴 했는데, 이 책임을 고양이에게만 물어서 다 쥐 잡듯이 씨를 말리는 방식으로 살처분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들더라고요. 당시 모 단체에서 거문도에 리조트를 만들고 있었어요. 환경파괴의 범위와 강도를 보자면 길고양이보다 이 리조트가 더 클 것이 분명하거든요. 그런데 왜 이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을 하지 않는지 굉장히 큰 모순을 느꼈어요. 이 문제를 더 부각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2009년 4월에 거문도 고양이 중성화 봉사단이 결성됐어요. 저도 같이 가서 기록봉사를 하고 고양이 실태를 다시 촬영했었죠. 그 때 만난 고양이 사진을 보다보니 주변의 길고양이의 삶을 한 번 더 생각해볼 수 있는 날이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해외에는 다양한 고양이의 날이 있어 나름대로 기념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전무했거든요. 물론 거창한 것은 아니었고 일단 일 년에 하루만이라도 그런 날을 만들어서 우리 같이 고양이에 대해 생각해보고 문화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방법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고양이의 날을 만들게 됐습니다. ‘고양이의 목숨은 아홉 개’라는 민간속담과 고양이들이 주어진 수명만큼 오래 살아남길 바라는 마음으로 오랠 구(久)를 조합해서 2009년 9월 9일을 고양이의 날로 정했어요.
Q. 대표님은 세계의 다양한 길고양이 생태를 조사하신 바 있는데요. 해외의 길고양이의 삶은 국내와 비교했을 때 더 나은가요?
우리나라 고양이는 삶이 척박하고 해외 고양이는 평온할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으신데요. 저는 각자의 상황이 다른 거 같습니다. 가까운 예로 일본의 길고양이는 평화롭게 살고 사람들이 해꼬지도 안할 거라 생각하지만 다 그렇지는 않거든요. 일본도 길고양이에 관한 갈등이 심각한 편이고 심지어 살인 사건까지 일어나서 기사화 되기도 하는 상황입니다. 해외의 긍정적인 사례를 받아들여서 참고하고 좋은 사례를 우리나라화 하는 것은 중요한데, 어떤 이분법적인 사고로 해외와 우리를 비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해외의 좋은 사례는 그 나라 사람의 노력 끝에 만들어진 것이에요. 공짜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죠. 그리고 그 나라도 여전히 갈등이 존재합니다. 결국 우리가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지 해외와 비교하면서 미리 포기하거나 해외 사례만을 고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도 고양이에 대한 인식은 과거에 비하면 엄청나게 발전했고 또 발전하고 있어요. 길고양이를 위해 열심히 활동하시는 분들의 역할 덕분입니다. 길고양이 문제를 꾸준하게 이야기하고 행동을 보여준다면 비록 시간은 걸릴지라도 더 좋게 바뀌어 갈 것이라 믿어요.
Q. 대표님이 가진 앞으로의 꿈과 계획이 있다면?
망하지 않고 잘 살아남는 것이요.(웃음) 출판이 쉽지 않아요. 쉽지 않은 것을 알고 시작했지만 역시 쉽지 않더라고요.(웃음) 그래서 가늘고 길게 반려인에게 필요한 책을 내면서 살아남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