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에서 길고양이들은 치열하게 삽니다. 그럼에도 그 순간을 즐길 줄 아는 것이 보여요. 아프고 힘든 시절, 그런 고양이를 보면서 용기를 얻었습니다. 참관객 분들도 제 그림을 통해서 힘과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어요.”
서울 마포구 플레이스막1에 길고양이가 담긴 그림들이 전시됐다. 2015년 개인전 ‘그들 속의 나(Me, amongst others·가나아트스페이스)’ 이후, 5년여 의 시간을 보내고 복귀한 강정현 작가의 개인전 ‘그 섬에 네가 닻을 내리면(When You Drop Another on the Island)’이다. 이번 개인전은 10월 13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됐다.
지난 2017년 강 작가는 예기치 못하게 건강을 잃어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런 그의 회복에 큰 도움을 줬던 것은 집 근처 공원에서 했던 산책이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같이 공원에 나갔던 강정현 작가는 공원을 삶의 터전 삼아 살아가는 길고양이들을 만나게 됐다. 그렇게 하나하나 얼굴도 익히게 되고 밥•간식도 챙겨주며 그는 길고양이와 관계를 맺어갔다.
길고양이들은 공원에서 따뜻한 봄을 보내고 추운 겨울을 맞이하며 환희와 고통이 뒤섞인 세상상이를 하고 있었다. 그런 고양이의 모습에 강 작가는 친근감과 안쓰러움 느끼게 됐다. 그가 고양이에게 받은 감명은 1년 반 정도의 시간을 거쳐 그림으로 세상에 나오게 됐다.
“원래 사람, 특히 나와 타인간의 좁혀질 수 없는 간극에 관심이 많았다”던 강정현 작가는 고양이를 계기로 생명 자체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의 그림에 담긴 공원의 길고양이들과 길고양이 출신이자 선천적인 장애로 목숨을 잃을 뻔했던 반려묘 ‘두식이’의 모습에는 강 작가의 따뜻한 시선과 생명의 역동성이 그대로 담겼다.
강정현 작가는 “‘그 섬에 네가 닻을 내리면’은 소외되어 있던 나의 마음속에 닻을 내린 길고양이들에 관한 이야기기도 하고, 이 세상에 잠시 정박해 있다가 돌아가는 모든 존재에 관한 이야기기도 하다. 누군가의 일상을 자세하게 보여주는 것으로도 보편의 삶을 말할 수 잇다는 게 나의 생각”이라며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는 나의 그림이, 삶이 너무 무겁고 어렵게 느껴지는 사람들에게 작은 위안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