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7-11(금)
 

서울 동쪽 끝에 위치한 ‘둔촌주공아파트’는 6천 가구가 사는, 한때 아시아 최대의 대단지로 불리던 오래된 아파트다. 여러 구시가지처럼 둔촌주공아파트에도 재건축 붐이 일었다. 아파트 거주민들은 경제적 이득과 새로운 보금자리에 대한 기대를 갖고 너도 나도 아파트를 떠나갔다. 하지만 모든 재개발, 재건축이 그렇듯 남겨진 이들은 있는 법. 사람들이 떠나가 점차 황량해지는 아파트 단지에는 여전히 터를 잡고 살아가는 존재들이 있었다. 바로 ‘길고양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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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한 장면, 아파트 철거 현장에 남겨진 길고양이의 모습. (사진=필앤플랜)

 

거대한 아파트 단지는 오롯이 인간들만의 공간이 아니었다. 어두컴컴한 지하실, 잡초로 가득한 화단과 아이들이 떠나간 놀이터, 곳곳이 부서진 시멘트 계단은 그들의 공간이었다. 영역 동물인 고양이에게 정든 아파트를 떠나는 것은 어려웠고, 재건축을 이해할 수 없는 고양이들은 어떤 위험이 닥쳐올지 당연히 알지 못했다. 이런 길고양이를 위해 나선 이들이 있었다. 길고양이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던 ‘케어테이커’와 ‘둔촌냥이(둔촌주공아파트 동네고양이들이 재건축 이후 안전하게 이주 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모임)’였다. 이들은 ‘동물권행동 카라’와 함께 250여 마리에 이르는 길고양이들의 이주 계획을 세우고 황량한 아파트 단지 구석구석을 누비게 된다. 과연 길고양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됐을까?


영화 ‘고양이들의 아파트’는 둔촌주공아파트 길고양이 이주 프로젝트의 과정을 상세히 영상에 담았다. 하지만 영화는 단순히 위기에 처한 길고양이의 불쌍함이나 고양이들이 얼마나 귀여운지를 논하지 않는다. 오히려 도시 생태계 속에서 동물과 인간이 공존하는 일은 동물을 애정 하는 개개인의 몫이 아닌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책임임을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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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정재은 감독, 출연자 김포도, 이인규, 동물권행동 카라 정진경 대표. (사진=권이민수 기자)

 

3월 4일 오후 2시,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정재은 감독의 도시 아카이빙 다큐멘터리 ‘고양이들의 아파트’ 언론 배급 시사회가 열렸다. 상영 후 진행된 GV에는 정 감독을 비롯해 출연자 김포도, 이인규, 동물권행동 카라의 정진경 대표가 자리해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정 감독은 “도시의 약자인 길고양이를 통해 아파트의 죽음을 다른 시선으로 봐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영화를 제작하게 됐다”며 “길고양이와 커뮤니티, 개인이 어떻게 관계를 맺어 가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최근 고양이는 귀여움의 대상으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기도 하지만, 동시에 길고양이 학대 사건 등 수많은 동물 학대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만큼 이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정 대표는 “알면 사랑하고 모르면 혐오한다”며 “인간과 고양이의 공존이 서로를 얼마나 풍부하게 만들어 주는지 모르기 때문에 이해할 수 없는 학대들이 벌어진다”고 안타까워했다. 출연자 이 씨는 “우리 사회가 생명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며 “제일 귀하고 중요한 것은 부동산 가치 같은 것들이 아닌 생명이고 관계다”라고 말했다. 


도시, 생태, 동물권, 환경을 아우르는 영화 ‘고양이들의 아파트’는 3월 17일 극장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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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고양이들의 아파트 (Cats’ Apartment)

감독: 정재은

출연: 김포도, 이인규, 전진경 외

제작: 영화사 못

배급: ㈜엣나인필름, ㈜메타플레이

상영시간: 88분

장르: 도시 아카이빙 다큐멘터리

등급: 전체관람가

개봉: 2022년 03년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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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고양이들의 아파트’...“부동산 가치보다 생명이 더 중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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